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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ardgame Reviews

간단하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다윈의 위대한 발자취'

[본 리뷰는 행복한바오밥의 협찬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기자가 물었다. “이미 22년 전에 이론을 정립하셨던 거군요. 그런데 왜 그때 발표하지 않고 작년에 발표하신 건가요?”

다윈이 답했다. “『종의 기원』은 인간도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진화론’의 일부라고 이야기합니다. 민감한 사안이죠. 결국 이 이론을 뒷받침할 과학적인 증명이 필요했습니다.”

‘종의기원, 22년의 시간은 데이터 숙성을 위해 필요했다’ 中

 

 

 

 

‘킹도미노’, ‘인더스트리아’, ‘파머스마켓’과 같이 간단한 규칙에 생각할 거리가 많은 기존 행복한바오밥의 기조를 유지한, 또다른 행밥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다윈의 위대한 발자취’가 출시되었습니다.

 

 

 

마치 제가 올해 최고의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다윈의 여정’의 박물관 진열대만 쏙 빼 와 가져온 것 같은 개인판. 이것만 봐도 이 ‘다윈의 위대한 발자취’가 어떤 게임을 그리고 있는지 한 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은 비글호를 타고 돌아다니며 각 동물의 표본을 모아 다윈이 후에 집필할 ‘종의 기원’에 누구보다 많은 기여를 해야 합니다. 

 

 

 

 

제가 굳이 여기서 테마를 설명하지 않아도 이 게임을 어떤 배경에서 하는지 바로 이해하실 수 있을 만큼 엄청난 배경설명이 규칙서와 부록에 잘 적혀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규칙서와 부록을 조금만 읽으신다면 완전히 이입된 채로 게임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특히 부록에는 제가 ‘종’에 대해 그동안 전혀 알지 못했던 지식들이 수두룩빽빽 적혀 있었습니다.

 

 

 

[코알라가 물을 안마신다네요...?]

 

그래도 테마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해볼까요?

도입부에서 잠깐 말씀드렸듯이, ‘종의 기원’을 출판하는데 무려 2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린 걸까요? 그에 대한 답도 이미 도입부에 스포했습니다. 바로 ‘과학적인 증명’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럼, ‘과학적인 증명’에 왜이리도 오랜 시간 필요했던 걸까요? 5년 동안의 비글호의 항해, 그리고 그 5년이라는 시간 동안에 관찰한 ‘변이’. 이 ‘변이’ 이론은 곧 ‘진화론’에 다다르기에 기존에 종교계에 팽배했던 ‘창조론’에 명백한 대립을 이루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신학대학 출신인 다윈은 자신이 관찰한 바를 믿고 이와 맞서 싸웁니다. 바로 8년간 ‘따개비’를 연구하면서 말이죠. 종교계와 싸우려면 과학적 권위와 더불어 무수한 ‘데이터’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 ‘과학적인 증명’을 위해 비글호를 타고 찰스 다윈을 대신해서 다시 항해에 나섭니다. 그가 정말로 다른 이들의 도움이 필요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추후 6판이 출시되며 결국 종교계의 논쟁을 꺾고 위대한 저서로 발돋움한 ‘종의 기원’을 집필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명감만큼은 그대로 느낄 수 있으실 것입니다.

 

 

 


‘타일 놓기?’ ‘오픈 드래프팅?’ ‘엔드 게임 보너스?’

다윈의 주요 매커니즘은 위 세가지로 정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긴 하지만 이 매커니즘이 이 게임의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기 차례에 비글호가 있는 위치에서 타일을 가져오고, 그 타일을 규칙에 따라 배치하고, 비글호를 이동시킵니다. 너무나도 깔끔하게 떨어지기에 초보자들, 어린 아이들과도 즐겁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조금만 더 즐겨본다면 하면 할 수록 어려운 게임이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한 플레이어마다 12개의 타일을 가져가면 게임이 끝납니다. 더 이상의 차례도 기회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매 한 차례, 한 차례를 소중히 하며 게임을 플레이 해야 합니다. 더불어 남을 견제해야 합니다. 자신의 행동이 바로 다음 사람이 가져갈 타일의 위치를 결정하기에 견제가 연쇄적으로 일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상대가 가진 이론이 포유류마다 1점인데 깔린 포유류가 하나뿐이네요? 가이드를 써서라도 가져갑니다. 이것이 인성 플레이.]

 

이 게임에서 점수를 내는 방법에 있어서는 더더욱 선이 뚜렷한 게임입니다. 점수내는 방법이 크게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명백히 그어지기 때문입니다. ‘1)개인판에 보이는 깡점수, 2)나침판과 해도의 콜라보 점수, 3)이론 - 보너스 점수’

 

 

 

 

내가 당장 눈에 보이는 점수를 취할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나침판과 해도를 적절히 모아서 그 점수를 파고들지, 아니면 내가 최고의 점수를 낼 수 있는 보너스 점수를 위해 ‘이론’을 연구할 지를 매 차례 고민하며 최선의 수를 선택해야 합니다. 내가 제어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크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12번의 제한된 차례 덕에 남은 차례 수와 타일을 고려하여 유연한 판단을 해야 합니다. 

 

 

 


자원은 굉장히 한정적입니다. 또한 자원인 가이드를 쓰지 않으면 가져갈 수 있는 타일은 세 개 중 하나뿐이라 그 선택의 폭을 늘려주는 가이드를 가져감으로써 게임 중 한 차례를 소비해서 다음을 도모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시할 수 없는 빙고 점수!]


눈치채셨는지 모르겠지만, 행동들에 있어서 굉장한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당장 내가 뭘 선택해야 최선의 수인가를 판단하는 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렇기에 초보자와 같이하기에도 좋고 숙련자끼리 해도 그 최선의 수를 판단하는 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집니다.

저는 이런 게임을 참 좋아합니다. 바로 간단한데 여러가지를 고민해야 하는 게임 말이죠. ‘티켓 투 라이드’, ‘트레킹 역사속으로’가 그랬듯 ‘다윈의 위대한 발자취’도 그러한 컬렉션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윈의 위대한 발자취’는 그보다 더 간편하게 20분만에 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것이 위의 게임들 대비 엄청난 장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뒷면마저 귀엽네... 너?]

 

특히 아이와 같이 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더더욱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테마적으로도 교육적일 뿐만 아니라 재미도 같이 챙길 수 있는데 이런 게임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더라고요. 그리고 게임의 아트웍들과 구성물의 품질이 너무 좋습니다.

 

 

 


이상, 저는 오늘도 여지없이 필러로 플레이했던 ‘다윈의 위대한 발자취’였습니다.